글: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 IUCN SSC 멸종위기종 물새전문가그룹
강기슭 가까이, 물 위로 납작하게 뜬 채, 호사비오리 한 마리가 쉬고 있다.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 들쭉날쭉한 돌들 사이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잠에서 깬 호사비오리는 조용히 우리들로부터 멀어지고, 곧이어 다른 한 마리, 뒤이어 또 다른 한 마리와 함께 어울린다. 모습이 드러난 호사비오리들의 생김새는 정교하기만 하다. 삐죽빼죽한 댕기깃, 불꽃처럼 밝은 붉은색의 부리, 그리고 옆구리에 흑백의 비늘 무늬는 수면의 잔물결과 그림자를 그대로 비추고 있는 듯하다.
호사비오리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인적이 드문, 강이 흐르는 숲에서부터 여기 한반도로 온다. 그들이 여름을 보내는 머나먼 산악 계곡은 시베리아호랑이가 사는 곳이다. 호사비오리는 경계심이 강하고, 가장 두려운 포식자인 인간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호사비오리는 종종 강기슭 가까운 곳에서, 또는 물살이 아주 빠른 여울에서 얕은 잠수를 되풀이하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가을이 되어 북쪽의 강들이 동결되면 호사비오리는 남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호사비오리가 월동하는 곳들의 풍경은 오늘날 호사비오리에게는 낯설기만 할 것이다. 굽이치며 콸콸 흐르던 강물은 댐으로 막히고 강바닥은 파이고 준설되고 직선화되었다. 자갈톱까지 차량이 점령하여 캠핑을 한다. 지난날 깜깜하고 고요하던, 숲이 우거진 강기슭에는 하나씩 둘씩 민가와 커피숍과 식당이 들어서 최신 가요를 틀고 있다. 강의 굽이는 지난날 안전한 피난처였지만, 이제 고속도로처럼 포장된 길로 자전거가 휙휙 지나가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가를 즐기는 이들은 주변의 뛰어난 생물다양성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분명하다. 대한민국에서 호사비오리에게 안전한 곳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똑 같은 서식지를 이용하는 많은 종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땅에 둥지를 트는 흰목물떼새, 나무에 둥지를 트는 원앙, 수달, 남생이, 그리고 고유한 어류 종 모두. 이 모든 종들이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영역에 몰려 있게 되었다. 지난날 서로 연결되어 있던 생태계는 오늘날 조각나고 분절되어 있다.
한국의 강들에서, 그리고 사실상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우리 지구의 거의 모든 서식지에서,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쇠퇴 속도를 늦추고 더 나아가 역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새와 생명의 터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호사비오리 태스크포스의 주요 구성원이다. 우리는 작은 단체이지만, 세계의 많은 환경 NGO와 마찬가지로 최상의 과학으로써 의사결정자들을 뒷받침하고, 맞춤형 계획과 설계를 통해 명료한 해법을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진보를 가속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호사비오리 문제에 있어서는, 이는 첫째로 호사비오리가 여전히 서식하고 있는 장소를 파악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강의 각 구간별로 교란을 감소시키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판별하는 것이다. 당장의 경제적 보상이 지속가능성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계에서, 이는 지역사회가 보전을 통해 진실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 방식은 생태관광이나 지역 브랜딩, 보조금 지원을 통해서일 수 있고, 이는 또한 지역의 자긍심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대한민국 어디의 강이든 공사나 증대되는 교란의 위협으로부터 100% 안전한, 완전히 보호되는 구간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은 상당한 진일보의 해였다.
연천군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우리는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에서 조사를 축적해 왔다. 이동 시기의 호사비오리에게 핵심적인 구간을 식별하고, 교란 경감 대책을 제안하고, 인식을 고양시켰다. 또한 EAAFP의 지원과 한스자이델재단 서울사무소의 지원을 받아, 우리의 세 번째 호사비오리 전국 겨울조사를 수행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175마리를 발견하였는데, 이는 세계 추정 개체수의 약 4%에 해당한다. 또한 호사비오리 이동 전략에 관해서도 더욱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었다. 11월 중순에 세 강에서 215마리를 발견했고, 호사비오리 워크숍을 최초로 개최하여 훌륭한 활동가들이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EAAFP 지원사업은 호사비오리 식별과 계수 현장훈련, 교육 팸플릿 제작을 굳건히 뒷받침해 주었다.
물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호사비오리에 대해 몰랐던 부분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비늘 무늬를 지닌 이 경계심 많은 새, 멸종위기종인 이 야생의 강의 요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EAAFP 웹사이트에 올린 소액지원사업 요약보고서(영문)설명은 여기
[총론]
- 호사비오리Mergussquamatus는 지구상 멸종위기종이고, 교란에 취약한 오리종으로서 동아시아에서만 서식하며, 생태학적으로는 어류가 풍부하고 다소 유속이 빠른 건강한 강과 하천에 기대어 살아간다.
- 새와 생명의 터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태스크포스(혹은 이하 전담대책팀으로 칭함)의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 위치추적조사는 상당히 많은 수의 호사비오리가 한반도를 관통하여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며, 또한 대한민국에서 월동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4개국뿐인 호사비오리 주요 서식권 국가들 가운데 한 곳으로, 호사비오리와 그 서식지의 보전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나라이다.
- 대한민국의 개체수와 그 추세를 올바르게 파악하려면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 본 조사를 통해 그간의 국내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는 호사비오리 개체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 새와 생명의 터는 2012년 초와 2014년에 수행한 전국 조사에서 각각 140-149 마리와 149마리의 호사비오리를 발견했다(Moores & Kim 2014). 2022년 한겨울의 전국 조사에서는 175마리를 발견했다;
- 우리가 아는 한, 2021년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이동 관련, 생물계절학을 감안한 호사비오리 조사가 이루어진 사례는 없다.
- 2022년 EAAFP의 소액 지원금 4,000 USD는 새와 생명의 터의 호사비오리 조사활동에 쓰였고, 연천군과 한스자이델재단(한국사무소)의 지원을 받은 관련 프로젝트를 보완해 주었다.
- 2022년에 새와 생명의 터가 수행한 호사비오리 관련 활동으로서, 직간접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본 소액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은 활동으로는, 조사 역량 강화 및 생물계절학의 이해 증진을 위한 연천군 임진강 호사비오리 추가 계수작업 실시, 호사비오리에게 가해지는 위협과 발생 가능한 교란 억제 방안을 정리하여 연천군에 제출한 보고서들, 호사비오리에 초점을 맞춘 임진강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가입을 위한 연천군과의 사전 회의들, 16개 하천에서 수행된 2월 전국겨울조사, 호사비오리 이동 전략 파악을 위한 남한강 조사 및 남강과 엄천강 일부 구간 조사, HSF와 공동주최하고 호사비오리가 이용하는 몇몇 강과 하천(임진강, 섬진강, 남강, 엄천강, 만경강)의 보전을 위해 활동하는 지역 활동가들이 참여한 11월의 소규모 호사비오리 워크숍, 인식 증진을 위해 2023년에 배포될 호사비오리 팸플릿 제작, 본 보고서 준비, 그리고 협업을 통해 2023년에 완성될 과학논문 준비 등이다.
- 2022년의 조사 결과, 호사비오리가 대한민국에 서식하는 기간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던 것보다 길다. 임진강의 최신 기록은 4월 12일이고, 가을에 가장 일찍 돌아가는 개체들은 남강과 엄천강에서 10월 8일이었다.
- 2022년 11월 조사만으로도 세 강에서 호사비오리 215마리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이전의 어떤 호사비오리 전국조사 기록보다 높은 수치로, 대한민국에서 호사비오리 개체수가 11월에 정점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걸 시사한다. 이때는 중간 기착하는 개체와 월동하는 개체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 현재까지의 데이터는, 월동하는 호사비오리 대다수가 11월 중순 즈음 주요 강에 도착하여 3월에서 4월 초까지 이들 수계 내에 머문다는 걸 시사한다. 수계 내 국지적 분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사 활동과 하천의 동결 범위이다.
- 매년 겨울에 일반적으로 동결되는 강에서는 한겨울 동안 호사비오리 대다수가 서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임진강과 같은 곳은 여전히 주요 이동 기간 동안에는 호사비오리에게 중요하거나 국제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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