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페이지에서는 2022년 새와 생명의 터 조류목록에서 사용한 국명의 일부 예외사항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단의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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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생명의 터 조류목록에서 사용하는 국명은 아래와 같은 원칙을 따르고 있다.
1) 20세기부터 오랫동안 사용해온 국명은 다음의 예외 조건을 제외하고 그대로 사용한다. 예외사항: 과거 문헌의 학명이 지칭하는 종은 현재 해당 학명이 지칭하는 종과 크게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과거에 해당 종을 기록한 문헌에서 밝힌 분포나 소리, 외형 등의 특징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학명이 지칭하는 종의 그것과 다를 경우에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 경우, 새와 생명의 터 조류목록에서는 각기 다른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름을 가칭으로 제시하여 사용한다.
2)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찰되는 종의 국명은 최초관찰자의 의견을 따른다. 최초관찰자가 제시한 국명이 없으면 새와 생명의 터에서 가칭을 제시하여 사용한다. 다만, 이미 대중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 있다면 차후 국내에서 새롭게 발견될 수 있는 종의 예상 국명과 혼동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반영한다.
3) 학자들이 주로 소비하며 연속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학명과 달리 일반 탐조인들은 국명을 주로 소비하게 된다. 본 새와 생명의 터에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류를 사용하지만 국명은 필요한 경우에 대중의 혼동을 줄이기 위해 합당한 근거와 함께 다른 선택지를 제안한다.
1. 북극제비갈매기(영어명: Arctic Tern, 학명: Sterna paradisaea)
본 종은 북극에서 번식하고 남극에서 월동을 하며 굉장히 긴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까지 북극제비갈매기로 추정되는 개체들이 이동시기 동해상에서 관찰되어 조류목록에 등재하는 것을 고려하던 와중에, 2022년 동해상에서 이동하는 개체들의 사진이 촬영되어 2022년 목록에 정식 등재되었다. 북극과 남극을 오가므로 극제비갈매기로 명명한 문헌도 있으나, 남극에서 번식하고 남극 주변에서 월동하는 Antarctic Tern(가칭: 남극제비갈매기, Sterna vittata)이 있으므로 향후 미약하나마 혼동의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본 조류목록에서는 영어명인 Arctic Tern과 동일한 맥락으로 북극제비갈매기로 명명하였다.
2. 남극도둑갈매기(영어명: South Polar Skua, 학명: Stercorarius maccormicki)
본 종은 남극에서 번식하고 태평양과 대서양 북부에서 월동한다. 남극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남극도둑갈매기로 부르기도 하나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도둑갈매기 종들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크기 때문에 큰도둑갈매기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문헌도 존재한다. 다만 북대서양에서 관찰되는 Great Skua(Stercorarius skua) 또한 본 종과 몸 크기가 비슷하여 미미한 가능성이지만 미래에 Great Skua가 국내에서 관찰될 경우 혼동이 예상된다. 그러므로 본 조류목록에서는 영어명인 South Polar Skua와 동일한 맥락으로 남극도둑갈매기로 명명하였다.
3-1. 일본솔새(영어명: Japanese Leaf Warbler, 학명: Phylloscopus xanthodryas)
3-2. 솔새(영어명: Kamchatka Leaf Warbler, 학명: Phylloscopus examinandus)
3-3. 쇠솔새(영어명: Arctic Warbler, 학명: Phylloscopus borealis)
본 3종은 외형이 유사하여 과거에는 아종으로 분류되었으나 현재는 DNA 분석과 음성 신호의 차이점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종으로 분류하고 있다(Saitoh et al. 2011; Alstrom et al. 2011) . 국내에서도 3종 모두가 관찰되었으며 많은 문헌에서 큰솔새(P. examinandus), 솔새(P. xanthodryas), 쇠솔새(P. borealis)로 등재했다. 하지만 새와 생명의 터 목록에서는 기본의 국명과 달리 솔새(P. examinandus), 일본솔새(P. xanthodryas), 쇠솔새(P. borealis)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이들 3종(다음부터 “솔새 3종”으로 표기)에 대한 국내 기록은 Oliver Austin의 문헌(Austin 1948)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국내에 P. xanthodryas와 P. borealis가 도래한다고 했으며 P. borealis에 borealis와 examinandus의 두 개 아종이 있다고 기술했다. 또한 examinandus 아종의 기록은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국내에 도래하는 대부분의 개체가 P. b. borealis일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남태경(1950)은 이들 3종 모두를 P. borealis의 아종으로 표기하면서 examinandus 또한 도래하는 것으로 기록했으며, 원병오의 한국조류목록(1996)에는 아종 분류 없이 P. borealis만 등재하였다. 이처럼 20세기 기록에서는 이들의 도래 현황이나 분류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에 발간된 다수의 문헌(이우신 2000; 한국조류학회 2009; 채희영 외 2009; 박종길 2022)에서는 P. borealis(“쇠솔새”로 표기)와 P. xanthodryas(“솔새”로 표기)만이 도래하는 것으로 봤으며 P. examinandus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솔새 3종에 대한 보다 명확한 분류는 2011년에 발표된 Takema Saitoh와 Per Alstrom의 논문에서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다(Saitoh et al. 2011; Alstrom et al. 2011). 이 논문들에서는 DNA와 음성 차이를 바탕으로 대륙에 분포하는 P. borealis, 캄차카와 사할린부터 훗카이도, 쿠릴 열도에 분포하는 P. examinandus, 훗카이도 이남의 일본에 분포하는 P. xanthodryas의 서로 다른 3개 종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음성 차이를 명확히 밝혀서 야외에서도 이들의 소리를 듣고 동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새와 생명의 터에서는 해당 논문이 발표된 이후 모든 야외조사에서 솔새 3종에 대한 소리를 듣고 동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소리로 동정한 대부분의 개체는 P. borealis였으며 P. xanthodryas는 2022년까지 관찰기록이 총 10건 미만으로 매우 희귀하였다. P. examinandus의 소리는 비교적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며 빈도수는 P. borealis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국내 탐조인이 녹음한 P. examinandus의 소리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https://macaulaylibrary.org/asset/101738021). 이는 20세기 문헌의 P. examandus와 P. xanthodryas 도래현황과 일치하지 않으며 국내에 P. examinandus가 도래하지 않는다는 21세기 문헌의 내용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는 외형을 기준으로 조사한 과거와 음성으로 동정이 가능해진 현재의 방법론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 문헌에서는 P. borealis의 도래 개체수가 가장 많았으며 P. xanthodryas도 많은 수가 통과하는 것으로 기록하였으로(Austin 1948; 채희영 외 2009, 박종길 2022), 국내에 도래하는 P. examinandus를 P. xanthodryas나 P. borealis로 동정했을 수 있다. 실제로 P. examinandus의 외형은 다른 두 종의 중간형태에 해당하며(Saitoh 2011) 솔새 3종의 분류에 대한 연구자료가 미비했던 과거에는 외형만으로 혼동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국명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기존의 P. xanthodryas와 P. borealis가 주로 도래한다는 문헌(Austin 1948; 채희영 외 2009, 박종길 2022)을 바탕으로 몸이 더 큰 P. xanthodryas를 솔새, P. borealis를 쇠솔새로 명명할 수 있지만, P. xanthodryas보다 몸집이 더 작은 P. examinandus를 “큰”솔새로 명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국명을 주로 소비하게 되는 일반 탐조인들에게 혼동을 준다. 또한 본 명명법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남태경의 한국조류명휘(1950)에서는 P. xanthodryas가 국내와 더불어 몽골과 캄차카, 쿠릴열도에 분포한다고 기록하였는데, 이는 P. xanthodryas가 훗카이도 이남의 일본에 분포한다는 최근 연구결과(Saitoh et al. 2011; Alstrom et al. 2011)와 다른 것이며 새와 생명의 터의 조사 경험 및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의 녹음 자료와도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과거 문헌에서 P. xanthodryas라고 부른 종과 현재 우리가 P. xanthodryas라고 부르는 종이 같은 종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름이 가지는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물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의 분류도 계속 변하므로 그때마다 기존의 국명을 계속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DNA를 이용한 분류 방법이 발전하면서 기존에 하나로 생각되었던 종이 여러 개의 종으로 나뉘는 경우에는 국명의 연속성을 위해서 분류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사용되던 국명을 나뉜 종들 중의 하나에게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솔새 3종 중에서 몸집이 제일 큰 종(P. xanthodryas)에게 “큰솔새”라는 이름을 물려줄 수 있지만 기존 문헌에서는 몸집이 더 작은 P. examinandus를 “큰솔새”(남태경 1950)라고 명명하였으므로 과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새와 생명의 터에서는 현재 문헌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명은 차후 혼동의 여지가 충분하며 이를 해소하는데 다음의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 선택지는 앞서 제시한 의문점을 완벽히 해결하지 못하며 대중의 혼동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1) P. borealis를 “쇠솔새”, P. examinandus를 “솔새”, P. xanthodryas를 “큰솔새”
– 이는 새들의 외형 및 도래하는 개체수를 반영한 것으로 논리적으로는 괜찮지만 기존 문헌에서도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혼동할 수 있다.
2) P. borealis를 “쇠솔새”, P. examinandus를 “큰솔새”, P. xanthodryas를 “일본솔새”
– 3종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P. xanthodryas의 국명을 해당 종의 주된 분포지(일본)에서 따서 “일본솔새”로 명명하였다.
3) P. borealis를 “쇠솔새”, P. examinandus를 “솔새”, P. xanthodryas를 “일본솔새”
– P. xanthodryas는 주된 분포지 이름을 따서 “일본솔새”로 명명하며 P. borealis와 P. xanthodryas의 중간 형태인 P. examinandus는 아무런 접두사 없이 “솔새”로 명명하는 방법이다. 앞선 두 가지 선택지를 섞은 것으로서 “솔새”라는 이름이 과거 문헌의 것과 혼동될 수 있지만 새들의 외형과 개체수, 도래현황에는 논리적인 문제가 없다.
본 3가지 선택지 중에서 새와 생명의 터 조류목록에서는 3번째를 택하여 P. borealis를 “쇠솔새”, P. examinandus를 “솔새”, P. xanthodryas를 “일본솔새”로 표기하였다. 이러한 국명은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은 가칭이며 사용 여부는 본 조류목록의 독자들에게 달렸다. 또한 본 단체에서 미처 참고하지 못한 기존 문헌의 내용이나 앞으로의 연구 결과에 따라 차후 결정사항이 변할 수 있음을 알린다.
4. 초원쇠종다리(영어명: Turkestan Short-toed Lark, 학명: Alaudala heinei)
본 종은 동유럽부터 몽골까지 분포하는 종으로 관찰된 개체수가 총 10건 이하로 매우 드물게 도래하는 길 잃은 새이다. 과거에는 Alaudala rufescens(영어명: Mediterranean Short-toed Lark)의 아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현재는 Alaudala heinei의 별개 종으로 분리되었다(Alstrom 2021). 다만 과거 문헌에는 본 종의 기록을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현재 사용하는 국명과 학명 대신에 북방쇠종다리(영어명: Asian Short-toed Lark, 학명: Alaudala cheleensis)로 기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방쇠종다리에 대한 과거 관찰기록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Calandrella rufescens(Austin 1948; 남태경 1950; 원병오 1996)로 기록되었다가 Calandrella cheleensis(박진영 2002)를 거쳐서 현재는 Alaudala heinei(박종길 2022)로 등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발표된 Alaudala 속의 분류에 대한 논문(Alstrom 2021)을 참고하여 논문 저자인 Per Alstrom에게 국내에서 관찰된 개체들에 대한 의견을 문의한 결과, 국내에서 촬영된 사진들의 개체는 현재 북방쇠종다리로 등재된 Alaudala cheleensis가 아니라 Alaudala heinei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본 2022년 조류목록에서는 북방쇠종다리인 Alaudala cheleensis를 보류군으로 옮기고 Alaudala heinei는 새로운 국명인 초원쇠종다리(가칭)를 부여하여 1군에 등재하였다. 다만 차후 더 많은 관찰기록(사진이나 소리)이 쌓이면서 동정이 바뀔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개정판 작업에서 삭제되거나 변경될 수 있다.
참고문헌
- Alström, Per, et al. (2011). The Arctic Warbler Phylloscopus borealis–three anciently separated cryptic species revealed. Ibis 153:395-410.
- Alstrom, Per, et al. (2021). Multiple species delimitation approaches applied to the avian lark genus Alaudala. Molecular Phylogenetics and Evolution 154:106994.
- Austin, O. L. (1948). The Birds of Korea. Bulletin of the Museum of Comparative Zoology, 101: 1.
- Gill, F., Donsker, D. and Rasmussen, P. (Eds.). (2022). IOC World Bird List. v12.1. Accessed June-July 2022 at: http://www.worldbirdnames.org
- Saitoh, Takema et al. “Re-examination of the taxonomy of the Arctic Warbler Phylloscopus borealis (Blasius): three separate species within the Phylloscopus [borealis] superspecies.” Japanese Journal of Ornithology 61.1 (2012): 46-59.
- Saitoh, Takema. Arctic Warbler, Kamchatka Leaf Warbler, Japanese Leaf Warbler. Bird Research News 8:11.
- 남태경. (1950). 한국조류명휘. 서울대학교
- 박종길. (2022). 야생조류 필드가이드. 자연과생태
- 박진영. (2002). 한국의 조류 현황과 분포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경희대학교
- 이우신 외. (2000). 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 LG상록재단
- 원병오. (1996). 한국조류목록. Bulletin of Korea Institute of Ornithology, 5(1), 39-58.
- 채희영 외. (2009). 휘파람새과 조류 분류 매뉴얼. 국립공원관리공단
- 한국조류학회. (2009). 한국조류목록. 한국조류학회